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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말

리디광공이 무슨 뜻인지, 어떤 이미지인지 아시나요?

by SVLT 2022. 1. 17.

신조어가 쏟아지는 요즘이다. 

글자 조합만으로 그 뜻을 유추하기 어려운 줄임말부터, 여러 단어들이 조합된 경우까지 신조어의 패턴도 다양하다. 

그런데 리디광공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는지? 

줄임말인지 단어의 조합인지 정체를 알기 어려운 리디광공의 의미를 알아보자.

 

 

리디광공이란 말에 당황한 이야기

얼마 전 친구와 이야기를 하는데 책 속의 인물에 대해 설명을 해야 했다.

아무 생각 없이 "음.. 그 남주는 리디광공 같은 캐릭인데 말이지.."라고 운을 뗐더니 친구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친구는 웹소설을 아예 안 읽는 편이라 처음 듣는 리디광공이라는 용어가 꽤 당황스러웠다고.

사실 처음엔 친구가 이 말을 모른다는 사실에 더 당황한건 나였다.

그 애는 웹툰은 꽤 열심히 보는 편이었거든.

 

하지만 로맨스 장르와는 담을 쌓고 산다는 사실을 기억해내고 나니 이번엔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싶어진다.

나 역시 리디광공이란 말을 이론적으로 딱 정의해서 배웠다기 보다는 느낌으로 익혔다보니.

잠깐 머리를 굴리다가 한글자씩 쪼개서 설명하기로 했다.

 

 

전형적인 리디광공st의 얼굴

 

 

리디광공은 "리디+광공"

 

"너 리디북스는 알지?"

"알지, 너 거기 VIP라며."

 

 

"응, 리디광공에서 리디는 리디북스라는 뜻이야. 리디북스의 로맨틱 장르에서 볼 수 있는 캐릭이란 의미지."

"오케이, 여기까지 접수."

 

 

"그 다음엔 공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알아야 하는데. 너 BL에 대해선 좀 아니?"

"놉."

 

 

"BL은 Boy's Love의 준말이야. 말 그대로 남자와 남자의 사랑을 그린 로맨스물을 뜻해.

반대의 의미로는 GL, Girl's Love가 있어."

"오.. 역시 콘텐츠의 세상은 광활하구나!"

 

 

"BL에서 주인공은 '공'과 '수'로 나뉘어. 공은 공격이고, 수는 수비를 의미할텐데.. 그 부분은 니가 알아서 이해하고.."

"아.. 어.. 응.."

 

 

"원래 공은 내가 설명한대로 BL에서 파생된 말이었어. 하지만 점점 로맨스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쓰이는 말이 되었지. 그러면서 역할을 의미하던 단어가, 성향을 의미하는 말로 쓰이게도 되었어."

"어떤 성향?"

 

 

"말 그래도 공격형 연인인거지. 상대에게 엄청나게 집착하고, 겉으로 보기엔 완벽한데 사랑하는 사람 없이는 못 사는.. 그런 인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아. 대개 먼지 한 톨 없이 완벽하게 인테리어 된 집에서 최소한의 음식만 먹고 살고, (인테리어도 대부분은 블랙이지) 완벽한 수트핏을 자랑하지. 옷차림도 뭐 하나 나무랄데 없이 겉으로 보기엔 바늘 하나 들어가지 않을 것 같은 그런 사람?"

"아... 뭔지 알 거 같아."

 

 

"응, 그런 공의 특성이 극단적으로 그려진 인물들을 광공이라고 하는데, 이런 광공들이 리디북스의 콘텐츠에 자주 등장하다보니 리디광공이라는 말이 생겨난거지."

"아하 ㅋㅋㅋ 그런 거였구나."

 

 

"거기에서 파생되어서 요즘에는 '리디광공 상'이라는 말도 생겼어. 딱 리디광공같이 생긴 얼굴이다, 이런 의미지."

라고 하며 아래의 사진을 친구에게 보여주었다.

 

 

리디광공의 현신으로 일컬어지는 배우 성훈

 

리디광공의 현신

"이런 분위기를 가진 사람이 집착 쩌는 연애를 하면, 그게 리디광공인거야."

"어떤 식으로 집착해? 집착에도 유형이 있어?"

 

 

"음.. 대부분의 광공들은 밥에 집착해."

"밥?"

 

 

"지 애인 밥 굶는 건 죽어도 못 보는 사람들이 리디광공들이라고들 해. 그래서 냉장고에 생수병만 가득했던 인간들이 연애 후에는 손수 조반을 지어서 애인에게 대령하고 그걸 다 먹는걸 봐야 만족하지."

"이 조차도 판타지구나? 나한테만 스윗하게 잘해주는 애인의 변형기출인 것 같아."

 

 

리디광공이 사람으로 태어나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나..

 

 

"그럴 수도 있겠네. 결국 어쨌든 로맨스는 연애에 대한 판타지가 없다곤 할 수 없으니까."

"암튼 리디광공이라니, 진짜 그 분야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 의미를 상상하기 힘든 말이긴 하다. 나는 엄청나게 긴 말을 네 글자로 줄여놓은 말인 줄 알았어."

 

 

"사실 줄임말이 맞긴 하지. '리디북스의 로맨스소설에 나올 법한 광공'이라는 말을 줄인 거니까."

"어, 정말 그러네?"

 

 

TV에도 등장했던 성훈의 리디광공 재질 (출처 : MBC 나혼자산다)

 

 

이렇게 친구에게 리디광공에 대해 설명을 해주고나니, 우습게도 나 스스로도 이 용어가 한번 더 정리가 되는 기분이다.

사실 누군가에게 설명해줄 일이 있을거라 생각해본 적 없는 단어였는데,

설명을 하다보니 그냥 이미지화해서 그리고 있던 것이 좀 더 구체화된 느낌이다.

이래서 누군가를 가르치다보면 내가 더 잘 알게 된다고 하는 건가보다 (뭐래)

 

그리고 저 위의 사진에 등장하는 <태연한 거짓말>이 궁금해져서 줄거리를 대충 읽어보니

정말 전형적인 리디광공 재질의 남주인 듯 하다.

그리고 대개 이런 남주들이 속으론 드럽게 외롭지.. 그래서 아주 미워할 수도 없지...

이번 주말에는 <태연한 거짓말>을 꺼내서 읽어봐야겠다.

 

 

 

전형적인 리디광공 풍 인테리어라고 해도 될법한 침실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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