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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말

설거지론의 뜻, 여성혐오적 표현인 이유

by SVLT 2022. 1. 20.

설거지론이라는 새로운 용어가 등장했다.

그런데 나는 처음에 설거지+론의 론이 論이 아니라 loan인 줄 알았다.

빚을 깨끗하게 설거지해주는 신종 대출상품인줄 알았는데.. 실제 뜻은 상상조차 하지 못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설거지론의 진짜 의미는 뭘까?

 

 

설거지론의 뜻

열심히 공부한 덕분에 번듯한 직장에 다니게 되었지만

그 덕분에 연애경험은 전무하거나 거의 없다시피 한 순진한 남자가

20대 시절에 문란하게 놀았던 여자와 결혼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한마디로 남이 음식을 먹을 때 쓰던 식기를 설거지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말이다.

 

그렇게 설거지론에 부합되는 결혼을 한 여자는 퐁퐁부인, 남자는 퐁퐁남,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세제찌꺼기라고 불린다고.

 

 

퐁퐁남은 누구?

대기업에 취업을 할 만큼 열심히 살았으나,

일명 조신하지 못한 젊은 시절을 보낸 아내와 결혼해서 자발적으로 설거지를 하고

그것도 모자라 아내에게 월급을 통째로 바치는 사람이 퐁퐁남이라는 의미이다.

 

퐁퐁남이 모이면 '퐁퐁단', 이들이 많이 사는 신도시는 '퐁퐁시티'라고도 불린다고.

퐁퐁남은 대부분 공대 출신의 대기업 직원으로 아내에게 용돈을 타서 쓰는 남자를 뜻하고,

퐁퐁시티는 대기업 사업장이 있고 젊은 근로자가 많이 사는 신도시가 손꼽힌다고 한다.

 

 

 

누가 설거지론에 열광하는가

이 설거지론에 가장 열광했던 것은 20대 남자들이라고 한다.

가족 부양에 가사와 육아 부담까지 하면서도 예전만큼 대접받지 못하고 사는 유부남 선배들을 보면서

20대 남자들은 젊은 남자들에게 부담을 떠안기는 사회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

 

하지만 누군가가 그 결혼을 강제한 것도 아니고,

개인과 개인의 만남이고 각자가 선택한 길인데 거기에 담론이라는 말까지 붙일 필요가 있을까.

자신에게도 저런 앞날이 펼쳐질 것이 싫다면 다른 이의 결혼에 대해 논할 것이 아니라

본인은 다른 선택을 하는 것이 더 맞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설거지론에서 말하는 그런 삶이 싫다면, 미리미리 열심히 연애를 하던지, 비혼으로 살던지,

그도 아니면 똑같이 연애경험이 없는 여자를 찾던지 하면 될 일 아닐까 생각해본다. 

 

 

설거지론은 왜 여성혐오를 담고 있는가

부연설명이 필요할까 싶지만

다른 남자와 연애를 했던 여자를 설거지해야 할 그릇으로 본다는 것.

여자를 남자의 소유물로 보다못해 사용품으로 보는 시각이 너무나 위험해보인다.

 

그리고 연애를 많이 한 상대와 결혼한 것이 억울하다는 것..

사람이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 억울함 때문에 결혼으로 인해 당연히 생기는 책임이나 의무까지 비난하는 것도 지나친 비약으로 보인다.

그럼 똑같이 연애를 많이 안해본 상대라면, 기꺼이 그 모든 것을 감수하겠다는 말인가?

그런 의미는 또 절대 아닌 것 같은데 말이지.

 

 

설거지론이 무의미한 이유

애정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지, 결혼도 결국 일종의 계약이다. 

그리고 그 계약에 있어 빌런은 남녀를 가리지 않는다.

어떤 결혼에서는 남자가 빌런이고, 또 어떤 결혼에서는 여자가 빌런이다.

그래서 성별과 상관없이 누구든 이성을, 배우자를 잘 만나야 한다.

 

개인과 개인이 각자의 평생을 두고 한 계약에 이런저런 잣대를 들이밀지 말자.

그리고 설거지론 지지자들이 폄훼하는 '퐁퐁남'들, 알고보면 상당한 능력자들이다.

연예인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는 말처럼, 퐁퐁남들 걱정일랑 하지 않아도 된다.

그들은 설거지론에 열광하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잘 먹고 잘 살고 있을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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